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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한 멸종 곤충 제어

by 경제지식한줌 2025. 7. 28.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한 멸종 곤충 제어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한 멸종 곤충 제어

생태계를 다시 쓰는 기술, 유전자 드라이브란?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유전자를 편집하는 수준을 넘어서, 특정 유전형질을 전체 개체군에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유전에서는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가 50% 확률로 자식에게 전달되지만, 유전자 드라이브를 활용하면 어떤 형질이 거의 100%에 가깝게 자식 세대로 전달되죠.

예를 들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유전자에 '불임 유전자'를 심는다면, 그 유전자가 빠르게 퍼져 결국 해당 모기 집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병해충이나 해로운 생물종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농업과 공중보건,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전자 드라이브는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와 윤리적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번 퍼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 전까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하게 내고 있습니다.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불러올 변화들

유전자 드라이브가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아마도 질병 퇴치입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처럼 특정 매개체를 통해 퍼지는 질병들에 대해서, 그 매개체인 모기를 유전자 드라이브로 조절할 수 있다면 인류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죠. WHO에 따르면 말라리아로 매년 6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데, 이 기술로 말라리아 모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엄청난 인명 구조 효과가 예상됩니다.

또한, 농업 해충 방제에도 유전자 드라이브는 매우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화학 살충제를 계속 쓰면 내성이 생기고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특정 해충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존률을 떨어뜨리는 유전형질을 확산시키는 방식은 훨씬 정밀하고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자연 생태계에 실제로 적용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특정 종이 사라지면 그 종에 의존하던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또 다른 생물종의 폭발적인 증가나 예측 불가능한 생태적 혼란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가능성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이 자연을 통제해도 되는가? 윤리적 논쟁

유전자 드라이브는 그 자체로 매우 도전적인 과학 기술이지만, 이걸 실제로 적용하느냐의 문제는 과학이 자연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도, 자연 생태계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인 시스템입니다. 한 번 풀어놓은 유전자 드라이브 개체는 되돌릴 수 없고, 그 변화는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아예 연구 자체를 규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UN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는 환경 방출 전에 신중한 검토와 글로벌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CRISPR를 활용한 유전자 드라이브 모기 실험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죠.

또 하나 중요한 논점은 ‘누가 결정권을 가질 것인가’입니다.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해 말라리아 모기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생태계 구성원들에게는 그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과학과 기술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죠.


유전자 드라이브는 분명 지금까지의 유전공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술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힘이 커질수록,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같이 커집니다. 질병을 없애고 해충을 제어하는 그럴듯한 미래만이 전부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영향과 윤리적 물음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술이 앞서가도, 사회와 자연이 함께 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건 진짜 진보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