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에도 야생은 살아있다
서울, 부산, 뉴욕, 도쿄 같은 대도시는 흔히 콘크리트 정글이라 불립니다. 사람, 건물, 차량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공간이지만, 이 안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아?’ 싶을 만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새, 곤충, 식물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죠.
가끔 공원에서 다람쥐를 보거나, 도심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고양이, 옥상 틈에서 돋아난 풀 한 포기를 보며 우린 도시에도 자연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도시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혀 있습니다. 의외로 멸종위기종이 도심 한복판에서 목격되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생물다양성이라는 말이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매일 걸어 다니는 골목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죠.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 – 생물들의 진화
도시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동식물에게는 꽤나 살기 힘든 환경입니다. 온통 인공 구조물로 가득 차 있고, 소음과 빛, 오염물질도 끊이지 않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부 생물들은 이런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까치나 비둘기 같은 조류는 도시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예입니다. 이들은 건물 난간이나 전봇대를 나무처럼 활용하고, 차량을 피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혔죠. 심지어 신호등의 주기를 기억하거나, 사람들이 뿌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따라다니며 먹이로 삼기도 합니다. 고양이와 쥐처럼 인간의 생활 반경에 딱 달라붙은 야생동물들도 도시에 잘 어울리는 생태를 보여주고요.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곤충입니다. 예를 들어, 도시의 열섬현상 덕분에 더운 날씨에 잘 버티는 바퀴벌레나 모기는 도심에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갖췄고, 반대로 찬 공기를 좋아하는 곤충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에 맞춰 개체군이 조정되는 모습은 도시라는 공간이 하나의 새로운 생물학적 진화의 무대가 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도시 생물다양성, 왜 지켜야 할까?
누군가는 “도시에 생물다양성이 왜 필요하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자연보호는 산이나 숲 같은 곳에서나 필요한 거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도시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첫째, 도시 안의 생물들은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벌, 나비 같은 곤충은 여전히 꽃을 수정시키고 있고, 새와 박쥐는 해충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죠. 우리가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이 작은 생물들이 도시 내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겁니다.
둘째, 도시 생물다양성은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코로나19 시기, 도시 공원이나 숲길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죠. 초록이 주는 위안, 새소리에서 느끼는 평온함은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무 한 그루, 화단의 나비 한 마리가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셋째, 도시의 생물다양성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도 중요한 열쇠입니다. 다양한 식물과 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고 도시의 열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단순히 나무 몇 그루 심는 걸 넘어서, 생태적인 흐름을 고려한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도시도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거기엔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고 있죠.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화분 하나, 골목 풀밭 하나도 도시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