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유전자 편집,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by 경제지식한줌 2025. 7. 23.

유전자 편집,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 편집,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수정할 수 없던 운명’을 바꾸는 기술

과거에는 유전병이라 하면 “그건 타고나는 거라 방법이 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었죠. 실제로 희귀질환의 대부분은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라 뚜렷한 치료법 없이 증상 완화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과학이 조금씩 그 한계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유전자 편집 기술, 특히 CRISPR-Cas9이 그 중심에 있죠.

CRISPR는 쉽게 말해 유전자의 오탈자를 찾아 고치는 ‘유전적 문법 교정기’ 같은 기술입니다. DNA 안에서 특정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잘라내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제거해 정상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이 기술은 등장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이제는 실험실을 넘어 실제 임상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겸상적혈구병’과 ‘베타지중해빈혈’ 같은 혈액 질환 치료에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두 병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생기지만, 기존 치료는 평생 수혈이나 약물에 의존하거나 골수이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CRISPR를 통해 환자 자신의 유전자를 수정해 정상적인 혈액 세포를 만들도록 하는 임상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치료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던 일이 현실이 된 셈입니다.

치료의 혁신 뒤에 숨은 윤리적 고민

하지만 이런 발전 뒤에는 늘 윤리적인 논란이 따릅니다. 생명과 유전자를 다루는 만큼 신중하지 않으면 사회적 파장도 큽니다. 유전자 편집이 불치병 치료에 쓰이는 것은 찬성하지만, ‘디자이너 베이비’ 같은 미래 세대에 대한 조작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죠.

예를 들어, 만약 부모가 아이의 유전자를 선택해 외모나 지능, 체력을 인위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행위는 치료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개입이며, 사회적 불평등이나 윤리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박사가 유전자 편집 아기를 세상에 내놓아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죠. 이후 관련 연구는 더욱 엄격한 규제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의 안전성 문제도 중요합니다. CRISPR가 매우 정밀하긴 하지만, 아직 ‘오프 타겟 효과’라고 해서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부위를 건드릴 가능성이 있어요. 이런 부작용은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정성과 부작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는 게 필수입니다. 결국 기술을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할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희망의 문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카이스트 같은 곳에서 CRISPR 기반 치료법 개발과 임상 전단계 실험이 활발하죠. 한국형 유전자 편집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희귀질환 치료 연구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이 협력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임상 시험 접근성을 높이고, 국제 수준에 맞는 윤리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당장 모든 환자에게 유전자 편집 치료가 적용되진 않겠지만, 과거에는 꿈도 못 꿨던 치료의 가능성이 이제 눈앞에 다가온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편집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면역 거부 반응이 적고, 개인 맞춤형 치료라는 장점 덕분에 앞으로 암 치료나 만성질환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죠.


지금까지 희귀질환은 한 번 태어나면 평생 짊어져야 할 짐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조심해야 할 점도 많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의 질을 바꿀 거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미래의 의학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 속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