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 인력 부족이 가져올 현실
늘어나는 환자, 줄어드는 의료 인력…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뉴스도 아닙니다. 문제는 인구가 늙는 속도만큼 의료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어요. 특히 고령층은 젊은 사람들보다 병원을 자주 이용하게 되고,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의료 수요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정작 의료 인력은 늘고 있지 않습니다. 의사 수는 제한되어 있고, 간호 인력은 과중한 업무로 이직률이 높고, 지방은 더 심각하죠. 시골이나 도서지역엔 응급의료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면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게,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현장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거예요.
특히 고령 환자들은 일반적인 진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 한 명을 진료하려면 기본적인 설명도 더디고, 보호자와의 의사소통도 필요하며, 여러 복합 질환을 고려한 약 처방이 뒤따르죠. 이런 환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 수백 명이 된다면? 현재 의료 시스템으론 감당이 안 되는 겁니다.
이미 대형병원 응급실은 만성질환으로 자주 입원하는 고령층 환자들로 포화 상태예요. 퇴원 후에도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집에 갈 수 없어 병상 점유가 길어지고, 결국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료 인력 확충,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 수를 늘리면 되지 않냐는 말,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수십 년째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있었고요. 의료계는 ‘질 낮은 의사 양산’을 우려하고, 정부는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진실은 아마 둘 다 맞는 말일 겁니다.
게다가 ‘의사 수’가 늘어도 ‘의사가 일하고 싶은 곳’이 편중되어 있다면 문제는 그대로예요. 지금도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대도시, 대학병원, 피부과·정형외과·성형외과 같은 수익성 좋은 분야에 몰리고 있습니다.
내과, 외과, 소아과처럼 실제로 필요한 과는 인력난이 심각하죠.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진료과 중 하나인데, 아이 한 명 진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의료 수가는 낮고, 보호자들의 민원이 잦은 환경 탓이 크죠.
간호 인력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간호사는 병원마다 수급 불균형이 심하고, 장시간 근무와 교대제에 지쳐 이직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단순히 많이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해서 의료 인력의 질과 숫자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협업과 기술’, 그리고 인식의 전환
그럼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사람이 혼자 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과 ‘기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죠.
첫 번째는 ‘다학제 협업’입니다. 의사 한 명이 모든 걸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심지어 AI와 같은 기술이 함께 환자를 돌보는 체계로 전환해야 해요. 이미 선진국에선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있고, 한국도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모델이 시범 운영 중입니다.
두 번째는 ‘기술 도입’입니다. 단순 반복 진료는 원격의료나 AI 진료 보조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의사는 복잡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매달 병원에 와서 같은 약을 처방받는 구조보다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압 데이터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만 병원에 방문하는 식의 시스템이 도입되면 훨씬 효율적이겠죠.
세 번째는 ‘의료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입니다. 의료 인력이 줄어드는 건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 버텨낼 수 없는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 제도적인 보호 장치, 의료진의 권리 보장 등이 동시에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선 의사, 간호사들이 쉴 틈 없이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그에 따른 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지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의사만 더 뽑자’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협업과 기술, 제도 개선이라는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누군가의 부모님, 나중의 내 모습이 지금보다 나은 의료 시스템 속에 있기를 바라며, 이 문제를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