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치료’가 더는 먼 미래가 아니다
예전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병명엔 같은 약, 같은 수술법이 적용되는 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사람마다 유전 정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약에 반응하는 정도도 다르다는 사실이 뚜렷해지면서, 치료 방식도 ‘사람에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른바 ‘개인 맞춤형 치료’입니다.
그 중심에 AI가 자리 잡고 있어요. 인공지능은 수십만 건의 의료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각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죠. 특히 유전체 정보, 진단 기록, 생활 습관, 복용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치료 시나리오를 뽑아내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같은 병기, 같은 암이라 해도 유전적 특성이나 면역 반응, 이전 약물 반응에 따라 치료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이 환자에겐 이 약물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는 “이 환자에겐 면역항암제가 부작용이 크다” 같은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의사가 보기엔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지만, AI는 수천 개의 케이스 중 최적의 경로를 짚어주는 거죠.
실생활에 적용되는 AI 맞춤 치료, 어디까지 왔을까?
이 기술이 그저 연구실 안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적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있죠. 이건 IBM이 만든 AI 시스템으로, 수천 건의 논문과 임상 자료를 학습해서 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추천해주는 도구입니다. 국내 몇몇 대형 병원에서도 실제로 사용된 바 있으며, 의사들이 참고용으로 꽤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사례는 영국의 유전체 분석 스타트업들이 AI와 결합해 ‘환자의 DNA를 분석해 맞춤 약물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물이 개인 유전 정보에 따라 얼마나 효과를 낼지, 혹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서 이런 방식이 특히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신과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AI가 환자의 음성 톤, 말하는 패턴, 표정 등을 분석해 우울증이나 조현병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조정해주는 기술이 실험 중이에요. 기존 진단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고요.
국내에서도 AI 기반의 치료 보조 시스템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몇몇 대형병원에서는 영상 진단(예: CT, MRI)을 AI가 선별적으로 판독하고, 의사의 결정을 보조하는 형태로 실제 진료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기대와 우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마주해야 할 문제들
AI 맞춤형 치료는 분명히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강력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고민도 동반됩니다.
첫 번째는 ‘신뢰’의 문제예요. 환자 입장에서, AI가 내 치료를 결정한다는 게 아직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그렇다고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는 ‘보조자’로서 의사 곁에서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AI 맞춤 치료의 핵심은 ‘데이터’인데, 유전 정보나 병력, 생활 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려면 철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합니다. 관련 법제도,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큰 사회적 논란이 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의료 격차 문제도 있습니다. 첨단 기술이 수도권 대형병원에만 집중되고, 지방이나 소외된 지역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AI가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느냐, 아니면 오히려 격차를 벌리는 원인이 되느냐는 앞으로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의료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진단 도구를 넘어서 ‘사람마다 다른 치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중심축이 되고 있죠.
물론 아직은 넘어야 할 벽이 많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앞으로의 의료는 '모두에게 똑같은' 치료가 아니라, '각자에게 최적인' 치료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