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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의 임상 적용 현황과 윤리 문제

by 경제지식한줌 2025. 7. 19.

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의 임상 적용 현황과 윤리 문제
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의 임상 적용 현황과 윤리 문제

유전자 편집, 이제는 의학의 현실이 되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말, 예전에는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느껴졌지만 이제는 뉴스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CRISPR(크리스퍼)'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과거의 유전자 조작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며 비용도 적게 드는 특징이 있어서, 단순히 연구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시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리스퍼는 쉽게 말하면 DNA 가위를 들고 있는 유전학자라고 보면 됩니다. 원하는 DNA 조각을 잘라내거나 바꾸고 붙일 수 있죠. 이 기술을 활용하면, 난치병이나 유전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고쳐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선천성 실명 질환인 '르베르 선천성 흑암시'나, 겸상적혈구빈혈증, 베타 지중해빈혈 같은 유전 질환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 첫 유전자 편집 치료 임상이 시도됐고, 이후 유럽과 중국에서도 빠르게 임상 적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혈액질환 환자에게서 놀라운 치료 반응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안정성과 효과는 지켜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또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더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도 개발 중입니다.

이처럼 CRISPR 기술은 분명 획기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디자인 베이비’가 현실로? 윤리 논쟁은 지금부터

CRISPR가 임상 적용 단계로 넘어가자, 기술적 이슈보다 더 크게 부각되는 건 ‘윤리 문제’입니다. 치료 목적의 유전자 편집은 대부분 사회적으로도 용인되는 분위기지만,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생식세포(정자, 난자,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편집입니다. 이건 단순히 한 사람을 치료하는 걸 넘어서, 수정란 상태에서부터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된 유전자가 자손에게까지 전달됩니다.

이미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박사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에이즈 저항성을 가진 쌍둥이 아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닌,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윤리적 비난을 받았고, 결국 그는 징역형까지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 범위에 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식세포 편집은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비슷한 시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일부 민간 클리닉에서는 해외에서 규제가 약한 지역을 이용해 유전자 검사나 조작을 제안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은 극소수지만, 이 흐름이 상업화와 연결되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유전자 편집이 특정 인종, 성별, 신체적 조건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미의 기준, 지능의 기준, 신체 능력의 기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걸 유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계층 간 유전적 격차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규제, 기술,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할 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CRISPR 기술은 분명 의학에 큰 진보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네스코,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적 기준과 규제 방향에 대한 공동 권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연구 목적 외에는 금지된 상태입니다. 다만 이 법은 2005년에 만들어져 기술 속도에 비해 다소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또한 환자 입장에서도 유전자 편집 치료가 현실이 될 경우, 비용 문제나 정보 격차, 치료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병원에서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으면 과연 일반 환자가 그 위험성과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이 또한 큰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과학자, 의사,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