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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경제적 후회와 선택의 심리

by 경제지식한줌 2025. 7. 15.

경제적 후회와 선택의 심리
경제적 후회와 선택의 심리

경제적 후회가 반복되는 심리의 메커니즘

"그때 그거 안 샀어야 했는데…"
"카드값 보고 또 멘붕 왔어요."
"투자도 공부 좀 하고 할 걸, 그냥 남 말 듣고 덜컥 넣었네요."

우리는 흔히 경제적인 판단에서 후회를 겪는다.
재테크부터 소비까지, 결정은 매일 하지만
돌아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 선택들이 꽤 많다.

문제는 그런 실수를 한두 번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후회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또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번에도 ‘이번만은 다를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도대체 왜 사람은 같은 경제적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순히 정보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밑바닥에는 우리의 감정, 기억, 기대라는 심리적 구조가 깊이 얽혀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제적인 후회가 반복되는 심리적 이유를 살펴보고,
이후엔 비슷한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법까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감정의 기억은 오래가지만, 판단의 기준은 흐려진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소비와 투자 결정은 감정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떠올려보자.

  • 주식 하나를 샀는데 급락해서 손해를 봤다.
  •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뇌리에 남는다.
  • 시간이 지나 비슷한 기회가 왔을 때, 감정적으로 그 주식을 다시 기피한다.
  • 혹은 복구심리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다시 매수한다.

이때 뇌가 기억하는 건 정확한 ‘손해 금액’이 아니라,
그때 느꼈던 당혹감, 후회, 자책감 같은 감정들이다.
그 감정이 강렬할수록, 사람은 논리적 판단보다는
비슷한 감정 상황을 피하거나 보상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기반 기억의 우선 작동’**이라 부른다.
우리는 감정을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감정이 납득되는 선택을 하려고 애쓴다.
결국 실수를 교훈으로 삼기보다,
그 감정을 피하거나 지우기 위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성적인 기준들이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또 비슷한 판단 오류를 반복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2. 선택 후의 후회보다 선택 전의 '기대'가 더 강력하다

또 하나 주목할 심리는
‘기대의 힘’이 후회의 기억을 눌러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험이 있을 수 있다.

  • 과거에 홈쇼핑에서 충동 구매했던 운동기구가 방치된 지 6개월째다.
  • 그럼에도 다음번 신제품 런칭 방송을 보면 또 혹한다.
  • "이번엔 진짜 잘 쓸 것 같아", "이건 효과가 다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뻔히 실패했던 소비를 반복하는 걸까?
바로 기대가 주는 긍정적인 상상
과거의 부정적 기억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현실 회피 심리(Escapism)’**와 관련이 있다.
지금의 무력감, 불만족스러운 삶을 빠르게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새로운 소비’나 ‘기회’에 강하게 투영된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과거 실패보다는 이번 성공의 기대가 더 강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번은 내가 준비가 안 됐던 거지”
“지금은 다르다”는 자기 설득을 하며,
다시 한번 그 낯익은 지출로 들어간다.

경제적 후회가 반복되는 건
과거를 잊어서가 아니라,
지금 느끼는 기대가 훨씬 더 강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3. 반복되는 경제적 실수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다음엔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
감정은 기억보다 빠르게 작동하고,
기대는 논리보다 강하게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실수를 ‘감정’이 아닌 ‘구조’로 기록하기

지난 소비나 투자에서 후회한 사례가 있다면,
그냥 “이건 실패였어”라고 넘기지 말고
왜 그 결정을 했는지,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구체적으로 써보는 것이 좋다.

예:

  • 당시 상황: 친구가 추천했음
  • 감정 상태: 뒤처질까 봐焦燥
  • 판단 기준: 수익률만 보고 진입
  • 결과: 손해 + 스트레스

이런 식으로 감정과 구조를 같이 기록해두면
다음에 비슷한 선택이 앞에 왔을 때
감정이 아닌 구조로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


✅ 선택 전에 ‘후회 시뮬레이션’ 돌려보기

어떤 소비나 투자 결정을 하려 할 때
"이 선택이 실패하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성공해도 후회할 가능성은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이걸 **‘후회 최소화 프레임(Pre-Mortem Thinking)’**이라고 한다.
결정 전부터 후회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 리스크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만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런 식의 사고 훈련은
감정과 기대에 치우친 결정을 막아주는 작동 방식이 될 수 있다.


✅ ‘다르게 행동하기’가 아닌 ‘다르게 설계하기’가 핵심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보다는
아예 환경이나 구조를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

  • 투자 계좌와 생활비 계좌를 분리해두기
  • 결제까지 24시간 유예 기능을 설정해두기
  • 자주 실패했던 쇼핑몰 앱은 삭제하거나 숨기기

이렇게 감정이 쉽게 반응하는 환경을 원천 차단해두면
‘의지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무리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무능한 건 아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경제적 판단 역시 감정의 흐름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의 작동 방식을 인식하는 것이다.
후회는 감정을 남기지만,
그 감정을 들여다보면
다음 선택을 위한 아주 실질적인 단서들이 숨어 있다.

반복되는 경제적 후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건
“절대 실수하지 않기”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단,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도록
‘의식’과 ‘설계’를 바꾸면
우리는 더 단단한 경제 심리를 가질 수 있다.